언론보도

[경기G뉴스] 미술관에서 또 다른 자아 찾기

작성자
haeum
작성일
2018-11-21 03:06
조회
8190
https://gnews.gg.go.kr/news/news_detail.asp?number=201811161636487055C049&s_code=C049&page=1&SchYear=0&SchMonth=

 

[경기문화살롱]은 일상이 바빠 제대로 문화예술을 향유하지 못하는 도민들에게 간접체험의 기회를 드리고자 경기G뉴스가 마련한 기획시리즈입니다. 도내 각종 전시회·발표회·음악회 소식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편집자 주>
수원 해움미술관 명지선 인턴 큐레이터가 황은화 작가의 작품 ‘초록상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클릭시 큰 이미지 보기)수원 해움미술관 명지선 인턴 큐레이터가 황은화 작가의 작품 ‘초록상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경기G뉴스 김지호


각기 다른 초록색으로 칠해진 100여 개의 상자가 모였다. 각각의 상자에는 100여 명의 사연이 담겨 있다.

상자들은 벽에 붙어 있다. 하늘로 승천하는 한 마리의 용을 떠올리게 한다. 상자가 시작되는 곳을 보니 바닥이다. 그곳에는 보라색 줄이 난마처럼 엉켜 있다.

수원시 교동 해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8년 네 번째 기획전 ‘알터에고 Alter Ago’전(展)에 참여한 황은화 작가의 작품이다. 제목은 ‘초록상자’. 작업에 참여한 103명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 대해 해움미술관 명지선 인턴 큐레이터는 “이 상자에는 각각의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다”면서 “저도 이 상자 중 하나에 참여하게 됐는데, 그동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자신의 이야기를 종이에 써서 담았다. 이 작업에 참여하면서 뭔가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알터에고’ 전시는 해움미술관에서 2015년부터 수원 지역작가의 참신성과 우수성을 발굴하는 아트 프로젝트다. 올해 연도에는 김석환, 박근용, 이오연, 최혜정, 황은화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는 알터에고(Alter Ago)의 의미인 또 다른 자아, 혹은 제2의 자아로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성찰에서부터 비롯된다.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해체하며 새로운 창작에 능동적인 행위를 반복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전시는 이러한 예술가들이 기존의 작업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형세계를 열어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눈길을 끈다.

전시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흰 등과 푸른 등이 켜진 전시장 안은 커다란 방이기도 하고, 또 다른 우주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작품은 황은화 작가의 작품이다. ‘초록상자’를 발표한 황은화 작가는 2차원 평면에서 3차원 입체 부조를 더해 시각·지각의 환영 속에서 ‘공간회화’를 구축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만난 초록상자는 100여 명의 대상자를 만나 상자 안에 개개인의 상흔의 이야기를 담고 그것을 잇는 설치 작업물이다.

예술가로서 사회적 책무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 작품은 대상자의 미술 치유와 작품 참여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관람객의 마음을 초록색의 따뜻함으로 물들인다.

이어 전시장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다. 바로 김석환 작가의 작품이다. 수많은 계란이 놓여 있고, 그 위로 철제 구조물이 세워져 있다. 그는 생명의 탄생과 우주적 힘의 공간을 주제로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에 대해 명 큐레이터는 “이 작품은 생명이 주제이다. 이 알이 날계란인데, 작가는 생명의 시작이 알이라고 본다”면서 “우리는 알이라는 공간에서 깨고 나오니, 이 세상도 커다란 알이었다는 의미가 담겼다. 동양 사상과 연결되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김석환 작가의 작품. - (클릭시 큰 이미지 보기)김석환 작가의 작품. © 경기G뉴스 김지호이오연 작가의 작품. - (클릭시 큰 이미지 보기)이오연 작가의 작품. © 경기G뉴스 김지호


이오연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말길이 막힌 소수자의 목소리를 작품으로 들어낸다. 이 작가가 그동안 비판적 리얼리즘 개념 속에서 거친 붓 터치로 구현된 형상성을 위주로 작업을 진행해왔다면, 이번 작업은 부조적 오브제를 통해 사회의 프레임에 저항하고, 사회참여적 발언을 내던진다.

사진‧영상·설치를 넘나들며 작업을 천착해온 박근용 작가는 자신의 어머니 뇌의 MRI 필름이 인화된 아크릴박스를 통해 작품을 제시했고, 최혜정 작가는 그동안 자신의 내면 성찰을 위해 반복해온 수련과 수행의 과정을 전복된 이미지로서 보여준다.

정체된 나를 지우고 불친절하고 낯선 작품을 통해 내 안의 나, 새로운 자신을 발명하는 것은 현대미술이 요구하는 새로울 것, 신기할 것, 충격적일 것과도 맞닿는 지점이며, ‘두 번째 나’를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명지선 인턴큐레이터는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작가들이 노력하는 과정이 작품으로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 관람을 통해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12월 27일까지 열린다.



박근용 작가의 작품. - (클릭시 큰 이미지 보기)박근용 작가의 작품. © 경기G뉴스 김지호수원 해움미술관의 ‘알터에고 Alter Ago’전(展)은 오는 12월 27일까지 열린다. - (클릭시 큰 이미지 보기)수원 해움미술관의 ‘알터에고 Alter Ago’전(展)은 오는 12월 27일까지 열린다. © 경기G뉴스 김지호



■ 휴관일: 매주 월요일
■ 관람료: 2,000원
■ 주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33
■ 전화: 031-252-9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