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풍경 그 경계에서 노닐다.

동양에서의 공간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그림이 산수화이다우리의 산수화는 유가의 덕()과 도가의 도()가 구현되는 공간이었다서양의 풍경화가 근대기에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면 동양에서는 중세기에서 근대기에 이르도록 산수화가 회화예술의 중심부를 차지했다이러한 동아시아 산수화 발생의 토대에는 유가(儒家)와 도가(道家등 철학적 사유에 근거한 산수관이 존재한다이러한 산수화를 관념산수(觀念山水)라 말하며여기는 이상적 공간으로 덕()이 구현되는 장소로 이해되었다이에 반해 실제의 풍경을 보고 그린 산수화는 실경산수(實景山水)라고 부르며우리 강산의 실제적 풍경을 의미한다이번 전시는 한국미술사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산수화를 통해 이것이 한국화 전공 작가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를 알아보고 이를 통해 현재 한국화의 모습을 유추해보고자 기획되었다또한한국화의 방향성에 관해 작가들과 논의한 뒤관람객에게 한국화의 아름다움을 전할 예정이다.

   우선 참여 작가의 작업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한다첫 번째로 성태훈의 작업이다그의 주제는 날아라 닭!이다우리에게 닭이란 날지 못하는 새가금류로써 길들여져 무리 안에 갇혀있는 새로만 인식되어 왔는데허공을 나르는 닭이라 생소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원래 닭은 날 수 있는 동물이었지만 사람에게 길들어지면서 날개의 역할이 퇴화되어 왔다고 알려져 있다이러한 닭이 횡량한 들녘을 날아다닌다마른 고목풀들이 존재하는 풍경을 가로지로고 있다이 풍경은 분명 작가 개인의 상상에 의한 관념적 세계이지만 냉혹한 현실에 비춘다면 이 풍경은 실경으로 분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마른 들녘을 날아다니는 닭은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비상하라는 조언을 우리에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작업의 주제와 함께 눈에 띠는 것은 옻칠이라는 작업방식이다그는 합판에 옻을 바르고 사포로 문지는 버거운 시간을 통해 작업을 완성해간다우리의 옻칠이라는 방식을 회화로 끌고 온 셈이다일본의 옻칠과 다르게 자개달걀껍질 등의 사용을 자제하고 약간의 금분은분만을 사용하는 방식이다그의 작업은 옻칠이라는 방법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다음으로 두 번째로 실경과 진경산수 임모(臨摸)작업을 하는 진리바의 작업이다 그녀는 과거 선비들이 꿈꾸었던 이상적인 삶의 공간이 오늘날에도 이상적인 장소로 존재할 수 있으며관념실경을 넘어서 자연이라는 것의 가치에 관해 말하고 있다과거 최고의 인격적 덕목으로써 그 자체로 도()가 구현된 물상나아가 고상한 인격의 발휘에 가장 적합한 공간으로 여겨졌던산수는 현대에도 같은 의미로 통용될 수 있을까진리바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며 산수라는 것 그 자체가 지닌 높은 정신적 가치는 현재에도 흔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과거는 현재와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고 예전부터 이어져온 가치관은 여전히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산수는 고결한 장소이자 세속을 벗어나 쉴 수 있는 공간으로의 역할을 한다고 전하고 있다.

     마지막은 한유진의 작업이다그녀의 작업은 반추상으로 자연과 관련된 문양들을 화면에 가득 그리고 채색한 뒤연한 호분(흰색물감)으로 덮고 그 위에 모란꽃의 형상을 그리고 있다그러나 이 꽃은 구체적인 형상이 있는 것이 아니며꽃의 외곽선만을 그리는 형태이다자세히 살펴봐야만 자연물(나무돌의 형상안에 꽃의 형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작가에게 역시산수란 유()의 공간잠시 세속을 떠난 몽환적인 공간이라 보아진다현실을 잊고 꿈을 꿀 수 있는 장소를 관념적 풍경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금까지 3명의 작가들의 작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이들의 공통점은 우리나라의 산수자연풍경을 소재로 하며 전통적인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일반인에게한국화하면 수묵풍경즉 산수화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먹으로 그린 자연의 모습이 가장 친근하게 떠올라진다는 것이다이러한 현상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다만 한국화 안에서도 다양한 기법을 시도하고 현대적인 활로를 찾는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즉 대중에게는 좀 더 편안하게 한국화 안에 수묵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법이 공존한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며함께 작업하는 작가들과는 과거의 한국화와 지금의 한국화의 지닌 의미과거의산수의 의미가 지금의 산수와 같은 의미로 통용될 수 있는가현재 한국화가 왜 미술시장에서 위치가 작아지고 있는가등 한국화와 연관된 다양한 의문들에 관해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한 유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