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e수원뉴스]우리 삶의 외곽은 어디일까...판화로 만나다
우리 삶의 외곽은 어디일까...판화로 만나다 '외곽의 지층들' 해움미술관서 7월 20일까지 전시 2018-06-23 06:06:43최종 업데이트 : 2018-06-25 16:28:21 작성자 : 시민기자 배서연 |
해움미술관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Hmoa 뮤지엄 나잇!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33(교동 91-1)에 위치한 해움미술관은 2013년 건물 지하에서 수원시 최초 사립미술관으로 시작해 지금은 같은 건물 4층으로 옮겨 확장되었다. 가까운 수원나들이를 즐기는 나에게 금요일 오후6시의 미술관방문은 색다른 일상이었다. 육아 5년차 생활에서 나이트라이프는 먼 얘기가 된지 오래다. 이제 엄마곁을 자주 찾지 않는 아이 덕분에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친정엄마께 아이를 맡기고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날 신랑은 야속하게도 항상 바쁘다. 미술관 큐레이터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라니 나름 기대가 되었다. 남문 근처라는 위치상, 주차가 힘들 것 같아 지도어플을 통해 대중교통으로 가는 길을 찾아보니, 노란 분당선 매교역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거나 걷는 방법이 있다. 다행히 지하철이 곧 도착 예정이라 빠르게 지하철을 타고 매교역에서 내려 7번출구로 향했다. 출구에서 바로 버스 정류장이 보였고, 내가 탈 버스가 바로 뒤에서 오고 있었다. 2정거장 뒤인 '매교다리'에서 내려 신호등을 2개 건넜다. 해움미술관 홈페이지에는 '이춘택병원, 농협은행 맞은편 수원아트하우스 4층 건물에 위치해 있습니다'라고 안내되어 있었지만 나는 골목길까지 들어가며 헤매고 있었다. 4층에는 아무런 간판이 없었기 때문이다. 두리번거리다 대로변에서 겨우 '해움'이라는 어두운 글자를 찾았을 때는 너무 반가웠다. 그제야 옆에 서있는 '외곽의 지층들'이라는 배너가 눈에 들어왔다. 수원사람들에게는 오래된 중고서점인 '대지서점'근처 화방건물이라고 하면 금방 찾을 듯하다. 팔달구 매산로 133(교동 91-1), 해움미술관 1층 입구 이제 4층까지 올라갈 차례다.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엘리베이터가 없다. 1층에는 '수원화방문구'가 있고, 3층 미술학원 위층에 바로 '해움미술관'이 위치해있다. 시원한 미술관에 들어오니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이 바로 유선욱 큐레이터라고 한다. 전시작품을 둘러보는데 일단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김홍식 작가의 '그날, 이후의 기록'이라는 작품이었다. 수원 남문으로 보이는 구조물을 보고 잠시 '수원 남문이 불탄 적이 있었나'하는 착각을 일으켰다. 서울을 본따 수원을 만들었기에 수원의 남문(팔달문)과 서울의 남대문(숭례문)은 많이 닮아있었다. 렌티큘러라고 하는 작품기법으로 보는 각도에 따라 사람의 표정과 위치가 달라지는 재미가 있었다. 작품을 둘러보는 사이 사람들이 도착했고 큐레이터의 작품설명이 이어졌다. 김홍식 작가의 작품: 그날, 이후의 기록 정상곤 작가의 작품: 창덕궁 회화나무와 결핍의 풍경 고 이상국 화백의 조형화된 목판화, 배남경 작가의 실천적 사색, 김홍식 작가의 도시산책자, 정상곤 작가의 자기반성적 감성, 차민영 작가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녹아있는 작품들 중에 처음에는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나니 새롭게 보이는 작품이 있었다. 바로 정상곤 작가의 작품이었다. 5개가 나란히 전시된 그림에서, 중앙의 창덕궁 회화나무 그림이 양쪽 끝에 있는 마지막 좌우의 작품과 혼재되어 겹친 부분이 왼쪽에서 두번째와 네번째 그림에 있다는 설명을 듣는 순간, 판화라는 작품이 갖는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차민영 작가의 작품, 토포필리아 차민영 작가의 작품 중에는 반복되는 동영상이 하나 있었다. 여행용 가방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테트리스처럼 옛날 주택부터 요즘의 아파트까지 변화해가는 집의 모습이 하나씩 쌓여간다. 그냥 볼 때는 우리가 사는 집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건가 싶었는데, 작가가 거주하던 주변의 '가락 시영아파트'가 재건축되어가는 모습을 오랜 시간 사진자료로 남겨 작품화한 것이라는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나니, 9510세대를 자랑하며 올해 말 입주예정인 서울의 송파 헬리오시티가 생각났다. 아파트 84개 동으로 바뀌는 재건축이었으니 허물어지는 집은 얼마나 많았을까. 작품설명을 마치고 위층 사무실로 이동했다. 약간의 다과와 함께 와인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깜짝 등장한 치킨 두 마리, 작품설명을 들은 6명과 뒤늦게 합류한 3명을 포함해, 해움미술관 관계자분 2명까지 모두 11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었다. 서로의 이름을 묻지 않아도 관심사가 같다면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는 경험을 했다. 우선 자신을 소개할 단어를 적고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수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야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깜짝 등장하신 '황옥남' 관장의 수원시 첫 사립미술관 설립취지와 의지에 대해 엿본 뒤, 지역사회에서 작은 모임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길을 걷다가 만나는 작은 박물관, 작은 미술관의 기쁨을 느껴본 적이 있는지. 20대 시절 뉴질랜드를 여행할 때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꼭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러 지도를 얻고, 혹시 추천할 만한 곳이 있냐고 물으면 그들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소개해 주었다. 소개받아 직접 찾아간 곳은 멋진 경치를 자랑하는 곳도 있지만 '아니 이런 것도 전시라고 해 놓은건가' 싶도록 작고 소박한 박물관과 미술관도 많았다. 이런 경험이 거듭될수록 무엇이든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잘 모아놓으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뭐든 시작은 작은 법, 앞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기에 멋지다. 수원 화성행궁이 연결되는 북문에서 수원역까지 걷는 길은 구불구불 참 예쁘다. 신혼시절 신랑과 걷던 남문거리를 지나 북문까지 다시 걸으며 오늘의 만남을 정리한다. 오후 9시가 넘어가는 시간인데도 가로등은 환하고 걷는 길은 여전히 예쁘다. 사실 수원 지도에서 중심을 차지하지만 지금은 심리적인 외곽이 되어버린 이곳, 우리는 또다른 20년 뒤 이곳에서 무엇을 발견할까. 해움미술관 지역콘텐츠 연계기획, 외곽의 지층들 해움미술관 유선욱 큐레이터 |